건설 분쟁 관련하여 법리적·현실적으로 가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유치권 행사’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 사건이 그렇겠지만, 특히 건설 분쟁에 있어서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냉엄한 현실이다.
건축주는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건축비를 대출받아 공사대금으로 지급하는데,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손해가 늘어나게 된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사대금 청구와 관련한 분쟁이 있거나, 공사가 완공될 무렵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공사비 등 공사비 정산과 관련한 분쟁으로 유치권이 행사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하수급인이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 상황은 한층 더 불투명해진다. 특히 도급인 입장에서는 직접 계약관계가 있지 않아서 하수급인이 주장하는 계약서나, 공사대금의 산정 근거를 쉽게 신뢰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분쟁을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기까지 지나치게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부 건축주들은 업무방해나 건조물침입 등 형사적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유치권을 해결하고자 하나,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소위 ‘돈 문제’, 즉 민사분쟁으로 보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가 건축주를 대리하여 유치권을 해결한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뢰인은 건설공사를 시공사에 도급하였는데, 공사 도중 시공사의 다른 채권자들로부터 공사대금 채권에 관한 압류, 가압류 결정문을 받았다. 시공사는 건축주에게 이를 바로 해결할 것이므로, 공사대금을 달라고 하였으나, 의뢰인은 가압류 결정 등을 근거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공사는 공사를 중단하고, 가설 울타리로 공사현장을 막은 후,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을 게시하였다. 의뢰인은 공사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설 울타리를 세운 시공사 대표자를 업무방해, 신용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수사기관은 단순히 공사대금채권이 있기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 사이에도 금융비용은 계속해서 지출되고 있었고, 공사재개는 역시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었다. 막막함 속에서 의뢰인은 결국 건설 전문 변호사인 필자를 찾아오게 되었다. 공사도급계약서, 가압류 결정문, 내용증명, 고소장 등을 살펴보니, 위 형사사건에서는 건축주가 공사대금이 가압류 내지 압류되어 이를 지급하지 못한 사정이 확인되지 아니하였고, 더욱이 제일 중요한 쟁점이었던 유치권 포기각서의 존재와 내용이 충분히 강조되지 못하였다. 실제로 필자가 건설분쟁 사건을 수행하며 만나본 건축주 중 상당수는 시공사가 유치권 포기각서를 작성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필자는 건축주를 대리하여 유치권의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을 신청하여 시공사에게 유치권이 없음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유치권 포기각서의 문구가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었고, 시공사는 이를 빌미로 포기각서는 유치권 포기의 의사 없이 오로지 건축주의 대출승인을 목적으로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또한 시공사는 이미 수사기관에서 유치권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필자는 유치권 포기각서의 문언, 각서가 작성되게 된 경위, 건축주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사유, 공사가 재개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소명하였고, 이에 ‘건축주에게는 건물에 대한 무조건적 인도청구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승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도단행가처분을 신청하고,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나아가 집행문을 발급받아 이를 실제로 집행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건축주가 형사고소 당시 유치권 포기각서의 존재와 내용을 적극 부각했더라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손유정 대한변협 등록 건설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삼정
출처 : 법조신문(https://news.koreanbar.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