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삼정의 김동운 변호사입니다.

 

요즘 건설업황이 나빠지면서 공사가 지연되다 중도타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타절정산이 쉽지는 않죠. 발주자와 수급인이 한발씩 양보하면 좋겠지만, 서로 자기 입장만 강조하다 감정이 격해지면 상대방을 고소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오늘 소개드릴 사건은 공사중도타절 직후 발주자가 시공사 대표를 사기죄로 고소한 사안인데요, 시공사 대표인 의뢰인은 혼자 수사에 대응하다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되자 비로소 저희 법무법인을 찾아오셨습니다. 다행히 필자는 의뢰인을 변호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아주었습니다(참고로 의뢰인은 이미 다른 공사현장에서 유사한 사기사건으로 기소되어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의뢰인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성공사례를 공유합니다.

 

1. 사건의 개요

 

사건의 개요를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의뢰인은 종합건설회사 대표이고, 상대방은 상가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체육시설, 음식점, 업무시설로 임대하려는 회사 대표입니다. 의뢰인은 위 리모델링 공사를 대금24억 원에 수주했는데, 민원이 많아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사비가 상승하고, 상대방이 대규모 설계변경을 계획하면서 공사는 중단되었습니다.

 

정산과정에서 상대방은 건축사사무소에 현장사진을 기초로 기성고 감정을 의뢰하였습니다. 감정결과 공사중단 시점의 기성고는 약 1억 원 남짓으로 기지급된 공사대금 약 7억 원에 비해 매우 낮게 나오자 상대방은 의뢰인을 형사고소했습니다. 그리고 검사는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들, 특히 사감정서와 의뢰인이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등을 토대로 의뢰인을 기소했습니다.

 

2. 성공전략

 

  • 유죄의 증거가 가진 취약점 파악해야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2524 판결 등 참조). 이를 ‘무죄추정의 원칙’이라 합니다.

 

그렇지만, 검사가 죄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한 사건에서 법원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비율은 약 3.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즉, 현실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은 십중팔구 법관으로 하여금 유죄를 추정케하는 강력한 증거들인 것이고,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무죄 변론은 검사가 제출한 주요 증거들에 관하여 하나씩 증명력을 배척하면서 유죄 추정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시한 주요 증거는 기성고가 약 1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감정평가서, 의뢰인이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의 녹취파일 2가지가 있고, 정황으로는 공사대금 대부분이 다른 현장에 유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이하 이들 증거 및 정황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 사감정의 증명력 배척

 

원래 감정은 법관의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기 위하여 하는 증거방법으로서 법관이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감정인으로 지정하여 법정 선서를 하게 한 후에 이를 명하거나 또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공공기관․학교, 그 밖에 상당한 설비가 있는 단체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 등 권위 있는 기관에 촉탁하여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른바 ‘법원감정’이지요. 반면, 소송 외에서 당사자가 감정인을 선임한 경우를 실무상 ‘사감정’이라 부릅니다. 심증형성에 감정이 필요하면, 법원감정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형사사건에서는 고소인이 사감정을 의뢰하여 증거자료로 사감정서를 제출하고, 검사가 기소하면서 그 사감정서를 형사재판에 그대로 증거제출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니 내버려두면 재판부가 어련히 알아서 사감정인의 의견을 낮게 평가해 줄까요. 안일한 생각입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형사재판은 유죄 추정입니다. 무죄를 다투는 피고인 측은 증거로 현출된 사감정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사감정서는 감정인의 현장 방문 없이 공사현장사진을 토대로 이루어졌고, 감정평가의 대상에는 공용부분(계단실, 엘리베이터실, 각종 PIT), 수영장 천장, 남⋅여 사우나 탕 내의 바닥과 벽체, 여탕 습⋅건식 한증실, 전기 및 설비, 냉⋅난방공사 부분은 제외되었습니다.

 

이에 필자는 우선 이 사건과 같이 당사자 일방이 제시한 도면과 현장사진 등을 토대로 이루어진 감정의견이 배척된 대법원 선례를 찾아 검사가 제출한 사감정서의 공정성을 흔들었습니다. 법관은 선례를 중시합니다.

 

다만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들이 위 합의에 따라 피고 회사의 동의하에 위 한양토건기술공사와 김승환에게 이 사건 건설공사의 기성부분에 실제로 투입된 공사비용의 감정을 의뢰한 결과 그들로부터 토목부분 공사비가 475,200,000원, 건축부분 공사비가 249,222,091원에 상당한다는 감정의견을 얻기는 하였으나, 위 감정인들은 원고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도면과 현장사진, 인부 및 자재 투입내역 등만을 토대로 감정을 시행하고, 특히 위 김승환은 공사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도상감정에 의존하고 있음에 비추어, 그 감정방법이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은 넉넉히 수긍되는 바이다(대법원 1994.04.29. 선고 94다1142 판결)

그리고 감정항목에서 배제된 각종 공정에 관하여는 하도급업체들의 진술증거와 공사현장사진을 제출하여 타절 당시 대부분 완성되어 있었음을 보여주었고, 감정항목에 있는 각각의 공정들에 관하여도 실제 시공한 하도급업체들로부터 증빙서류를 받아 결국 의뢰인이 약 10억 원 이상의 기성을 완성하였음을 증명하였습니다. 물론 사진으로 확인되는 공정률을 설명하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 진척도에 관한 전문적인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아래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기성고 사감정서의 내용을 배척하였습니다.

 

 

  • 공사대금 유용에 관한 법리 지적

 

일단 9부능선은 넘었습니다만, 또 다른 난점은 상대방이 준 공사대금보다 의뢰인이 하도급업체에 지급한 하도급 대금이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공사대금 유용이 문제되는 것이지요. 과연 의뢰인은 공사대금을 이 리모델링 공사에만 사용하여야 하는 것일까요.

 

서두의 범죄사실에 언급된 것처럼 검사는 의뢰인이 받은 공사대금을 ‘선급금’으로 보았습니다. 선급금은 말 그대로 미리 지급된 공사대금으로서 자재비, 노임, 하도급대금 등 계약목적달성을 위한 용도 이외에는 사용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 올린 글(공사 선급금 유용 업체 대표, 고소하고 싶습니다)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별도 선급금 약정이 없는 이상 계약금액 내지 기성대금이 당연히 선급금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전문이 아닌 많은 법조인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고, 이 사건에서는 담당검사도 이를 착오하였습니다.

 

필자는 이 부분을 적절히 지적하였고, 아래와 같이 법원은 필자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 녹취파일 증명력 배척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의뢰인은 받은 공사대금보다 실제 공사한 양이 더 많고, 기성고 감정평가서의 증명력은 배척되었습니다. 즉, 이미 대세는 기운 것입니다. 녹취파일에는 상대방이 따지고 의뢰인이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있지만, 결정적 증거로 제출된 기성고 감정평가서의 증명력이 배척된 이상 이미 대세는 기울었고, 이때부터 녹취파일의 대화내용은 그야말로 해석하기 나름이 됩니다.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의뢰인은 이미 다른 현장 관련 동종범죄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고, 해당 사건도 상대방이 고소한 것입니다. 필자는 녹취파일의 내용이 위 유죄확정판결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법원은 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 녹취파일을 이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결론

 

결국 기소당한 의뢰인은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사는 불복하여 항소했지만, 항소심의 결론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3. 마치며

 

잘 보셨는지요. 범죄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기성고 감정평가서라는 전문적인 자료가 제출되었고, 자백내용을 담은 녹취파일이 나왔으며, 공사대금을 유용한 흔적까지 나온 사건입니다.

 

과연 의뢰인이 혼자서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요. 의뢰인은 혼자서 수사에 대응하다 기소되어 형사재판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 3.5%의 확률을 뚫고 무죄판결을 받았다지만, 그 고통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재산범죄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법리를 잘 알아야 수사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습니다. 특히 건설사건은 복잡성이 높아 법률대리인의 법리 수준과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상은 공사를 하다 형사 분쟁까지 겪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성공사례를 공유해 드린 것이고, 구체적인 사례별로 전문 변호사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법무법인 삼정 김동운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건설전담재판부에서 건설사건을 검토, 대형법인에서 건설사건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 건축에 관한 민사, 행정, 형사 사건 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상담은 변호사가 직접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사 분쟁에 관하여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래 연락처를 통하여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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